'이상함 속에 깃든 자신감' 네이버랩스 CI Design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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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porate identity design은 기업의 얼굴을 완성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품은 생각과 목소리를 응축하여 시각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네이버랩스는 별도 법인 설립과 함께 새로운 CI를 발표했다. 기존 네이버의 이미지와는 언뜻 다른 느낌의 이 디자인을 완성한 주인공은 PDX팀의 서진웅 디자이너. 그에게 이번 작업은 어떤 고민의 결과물이었을까? 직접 들어보았다.

Q. 디자인을 대하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그것은 그래픽적인 솔루션일 수 있습니다. 혹은 아주 단순한 발상의 전환일 수도 있고요. 다만 중요한 것은, 과정의 치열함과 상관없이 마지막에는 사용자에게 가장 단순화된 언어로 정리되고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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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자인은 보통 시각화라는 인식이 일반적인데 ‘가장 단순화된 언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번 CI 디자인에도 그런 언어를 찾으셨나요?

‘Confident oddity’가 바로 네이버랩스 CI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우리다움입니다. 이번 디자인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네이버랩스답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였습니다. 그동안 느낌은 있었지만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네이버랩스만의 뉘앙스나 톤 앤 매너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워크샵과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조직문화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관습적인 사고에 대항하는 자신감, 그리고 밖에서 보면 다소 이상해보이기도 하는 행보. 한마디로 '자신감 있는 괴짜'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자신이 가진 생각을 멈추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confident oddity’로 규정하고, 그 이후의 결정과 표현의 근간으로 삼았습니다.

Q. 이번 CI 디자인의 컬러나 조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네이버가 아닙니다. 그와 관련하여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랩스의 origin은 분명 네이버입니다. 그리고 네이버는 이미 오랜 시간 잘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죠. 그것을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분리하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과연 초록으로 대변되는 네이버의 이미지를 네이버랩스가 그대로 끌어안는 것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선택인지를 고민했습니다.

논의 끝에 서로의 다른 이미지가 강렬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즉, 추구하는 방향의 결을 서로 선명하게 대비시켜, 앞으로 만들어나갈 네이버랩스의 기술 이미지가 네이버로 다시 수렴되는 선순환을 전략 방향의 틀로 삼았습니다. 로고에서 LABS라는 심볼릭 로고를 먼저 드러내고, 그린이 아닌 블랙 & 화이트 모노톤을 기본 컬러로 설정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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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실제로 로고의 이미지가 상당히 독특합니다. 다만, 가독성과 상징성의 경계에서는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가독성보다는 맥락을 담은 상징성을 중요하게 선택했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하기보다는 스스로 어울리는 것을 먼저 선택한 거죠. 그런 의사 결정 방식이 네이버랩스라는 조직이 추구하는 자신감이라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담고자 하는 철학이 다소 생소한 것이라면, 굳이 편한 느낌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완성된 로고는 완벽한 알파벳 형태로 쓰여진 로고 타입이 아니라 오히려 심볼릭한 기호에 가깝습니다. 작업을 하면서는 마치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보신 분들은 한글 같기도 하고 고대 문양처럼 보인다고도 합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낯선 언어, 그래서 오히려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디자인. 이런 반응이라면 의도가 성공한 셈이죠.

Q. 어떤 것을 상징하고자 했나요?

어디서 봤던 것 같은 조형을 피하고 싶은 건 모든 디자이너의 본능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지 로고 자체를 독특하게 그리겠다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입니다. 목적일 수도 없고요. 이번엔 특히 조형적 차별점보다는 아이덴티티 시스템과 브랜드 스토리를 정교화 하는데 더 집중했습니다.

네이버랩스라는 이름은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과 동의어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게 우리의 아이덴티티입니다. 다만 이런 개념적인 것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구성원들간에 해석의 폭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당연히 수많은 시도를 거쳤고, 최종적으로는 제3의 메타포를 그려서 설명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랩스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되도록 했습니다. 생활환경지능의 중요한 요소인 데이터, 정보, 연결이라는 각 개념을 함축한 단순한 조형을 만들고 이 조각들이 의미 있게 결합하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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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CI는 때로 너무 큰 그릇이어서, 오히려 의도한 것이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말씀하셨던 상징이나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을까요?

한 눈에 보이는 그래픽적 장치만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게다가 CI 로고 디자인만으로 기업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CI는 앞으로 이어질 작고 의미 있는 브랜딩 작업들의 방향성을 앞서 제시하고, 그 의미를 제대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플랫폼이자 지침서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자동차 외관 그래픽의 블루 라인은 크롬 재질로 되어 있는데 빛의 움직임에 따라 반사광이 생겨서 굉장히 interactive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빛이 없는 곳에서는 오히려 라인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디자인했죠. 놓치기 쉬운 이러한 디테일과 완성도를 통해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을 표현하고 경험하게 하려고 합니다. CI는 그런 미시적인 것들이 차곡차곡 담겼을 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밑바탕이며, 이질적인 것이 섞여서 난잡해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인 셈이죠.

Q. 이번 작업에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나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이버랩스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참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내부 워크샵을 통해 브랜드의 방향을 설정할 때에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설명을 하더라도, 결국 같은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그럴싸한 표현으로 포장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 쌓아온 실체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거죠.

Q.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라면, 역시 부담감? 사실 네이버랩스에 오기 전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외부 클라이언트사의 CI/BI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회사의 CI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직접 마무리하는 작업에는 확실히 다른 중압감과 책임감이 생깁니다. 게다가 저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는 것도 그저 밀어붙이기보다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과정과 시간을 필요로 하고요. 반대로, 모두가 동의하는 것에도 마지막까지 의심을 멈출 수 없기도 했습니다. 좀 더 우리에게 맞는 것이 있지 않을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럼에도 이번 작업은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순항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CEO의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것이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가 오랜 시간 공유해온 문화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종종 디자이너들에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사실 무리한 요구입니다. 늘 그렇듯, 실제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유해온 가치를 그저 다듬고 조각해서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이덴티티 디자인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사실 네이버랩스의 브랜딩은 이제 막 출발점을 지났을 뿐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지치지 않고 살아 숨 쉬며 진화해야 합니다. 그저 같은 자리에 로고를 집어 넣는 아이덴티티의 일관성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지하는 신념을 지키고 사용자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일관성으로 브랜드가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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