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3D 기술, 공간과 사람 사이 '빈틈' 줄이죠"

"처음 한국에 와서 3D 지도 만들때 업계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저희는 다른 업체가 쓰는 비용의 1/10 정도만 들이고도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이 끝났거든요. 그때는 글로벌 마켓보고 기술개발 했었는데 이렇게 될줄은 몰랐죠."

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대화를 이어가다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한국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3D 이미지 자동변환 분야를 10년 가까이 끈기있게 헤쳐온 김기태 에피폴라 대표다. 에피폴라는 지난 2015년 서울시 3D 지도를 만들면서 세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3D 전문 기술기업이다. 지난 3월 말에는 네이버랩스에 100% 인수되며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네이버랩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래기술들에 에피폴라의 3D 기술을 접목해 보다 큰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활환경지능 기업을 지향하는 네이버랩스가 분사 직후 첫 파트너로 에피폴라를 고르자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일었다. 공통적인 의문은 '왜 하필 3D 지도 업체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이 질문을 전하자 "이제 그럴 때가 되지 않았나요?"라고 웃으며 반문해왔다. 아래는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네이버랩스에 인수된지도 벌써 한달 정도 지났네요.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놀라는 사람이 많죠. 네이버랩스가 미래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너희도 그정도 기술력이 있는 회사인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반면 저희 기술을 좀 자세히 알고 계셨던 분들은 '우리하고 진행했던 협업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거냐'며 물어왔죠.

Q. 에피폴라는 3D 지도 제작업체로 알려져있습니다. 간략하게 자기 소개를 해 주신다면.

기본적으로 저희는 여러 장의 평면 이미지에서 하나의 입체 이미지를 복원해내는 회사입니다. 저희 기준을 충족시키면 스마트폰 사진, 드론 사진, 항공사진 등 어떤 소스로도 가능한데 그중에서도 항공사진 바탕으로 3D 지도를 만드는 일을 가장 잘 하죠.

Q. 사진에서 3D 이미지를 실제처럼 복원해준다고요?

네. 2D 영상에서도 추출해냅니다. 특히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3D 이미지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요. 위성 촬영 사진의 3D 변환은 좀더 복잡한 기하학적인 왜곡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도 저희 포함 3~4개 업체만 할 수 있는 고급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3D 이미지는 모두 손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뭘 만들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저희같은 방법을 쓰면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죠.

Q. 서울시 3D 지도도 그렇게 만든 건가요?

네. 사실 이 작업 하면서 알려지는 바람에 저희가 지도 제작업체가 되어버렸는데.(웃음) 우선 항공촬영용 비행기로 1800미터 상공에서 서울을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면서 고화질 사진을 10000장 정도 찍습니다. 그리고 그걸 저희 프로그램에 넣고 돌리는 거죠. 사진 한 장 용량이 1기가바이트 정도 되요. 싱글머신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니까 서버 컴퓨터 60대 정도를 동원해서 작업을 하는데 서울같은 경우는 그렇게 한 달 정도면 이렇게 완성된 지도가 나옵니다.

Q. 지도를 확대하면 도로 위의 차 숫자와 색깔, 대략적인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네요.

사실 저희 작업 원본은 저것보다 더 정밀해요. 그런데 국내 규제상 픽셀 하나가 가로, 세로 50cm보다 더 작은 면적을 나타내도록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도를 완성시킨 다음에 실제 서비스를 내보낼때는 일부러 해상도를 더 떨어뜨리죠.

Q. 3D 지도를 보고 있으니 신기하긴 한데 이런 의문도 드네요. 사람들이 이미 2D 지도에 충분히 익숙해진 상황이잖아요. 이런 3D 지도가 우리 실생활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현대의 지도는 지리적인 정보와 공간정보의 결합입니다. 지도에서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는 것을 지시하는 요소를 POI (point of interest)라고 부르는데, 2D 지도도 이런 속성들이 다량 결합되면서 최근에 와서야 활용성이 높아진거에요. 지금 보시는 3D 지도는 말하자면 텅 빈 컨테이너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생긴 건 3D인데 그 안에 있는 정보는 거의 대부분이 2D 정보잖아요. 담겨있는 정보량에 차이가 없으니 사용자들도 굳이 3D 지도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하죠. 하지만 서울 같은 곳은 수십 층 빌딩들이 즐비하고 그 안에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그걸 제대로 다 3D 지도에 넣어둔다면 사용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쓸모가 발생하겠죠. '드론 길'이라고 들어보셨나요?

Q. 드론 길이요?

요즘 사람들이 드론을 많이 날리잖아요. 드론이 물류운송이나 재난안전 등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이니까 국토교통부에서 안전관리, 사고예방 차원에서 드론이 지나다니는 전용 통로를 구축하려고 해요.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드론길에는 지형 높이, 전신주, 고압선 같은 장애물 정보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2차원 지도로는 만들 수가 없어요. 반드시 그런 요소가 반영된 3D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Q. 사용자들이 제대로 된 3D 지도를 겪어보지 못해서 사용자가 아직 필요를 못 느끼는 상황이라는 거군요.

네. 드론길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고 있지만 요즘 기술의 추세를 보면 곧 우리 생활 속에 등장할거라고 봅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행정자치부에서는 이런 3D 지도 도입에 발맞추기 위해 건물의 출입구와 주차공간 하나하나에 주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자율주행차 주차와 드론을 이용한 택배가 가능하게끔 미리 준비하자는 차원이죠. 세상은 금방 변해요. 처음에는 2D 지도를 보고 아무도 내비게이션을 떠올리지 못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지도-내비게이션의 연계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Q. 네이버랩스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로 생각하는 바와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사실 저희는 2D 이미지로 3D를 만드는 이 기술을 지난 9년 동안 계속 발전시켜 왔습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봤을때 조만간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이미 2000년대부터 꾸준히 인수합병을 하면서 3D 지도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거든요.

Q.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술이 이제 때를 맞은 거네요.

네. 항상 문제는 이 기술을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접목시킬것인가 하는 거였죠. 네이버랩스는 그 때가 이제 가까이 다가왔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현실적인 측면도 저희의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런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기업이 사실 잘 없는데다가, 인프라나 투자가 많이 병행되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네이버랩스 말고 다른 회사들은 생각이 있어도 실현시키기 어렵습니다. 인수 제안을 듣고 아주 잠깐 고민을 하긴 했는데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웃음)

Q. 네이버랩스는 에피폴라를 인수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에피폴라의 기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3D 지도 사업하려고 저희를 부르지는 않았을 거에요. 네이버랩스는 사용자의 실제 생활 환경과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해서 거기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제공하는,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기술 구현을 추구하는 회사잖아요. 이걸 하려면 사용자가 쓰는 공간과 이동관련 정보들을 정확한 3차원 정보로 데이터화 시킬 수 있어야 해요. 실내와 실외를 아우르는 정밀 3D 지도가 없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불가능하죠. 실생활에서 네이버랩스의 서비스와 소비자 사이의 빈틈을 줄여주는 이런 종류의 인지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건 역시 사진을 찍는 것이고, 에피폴라는 사진만 있으면 그걸 3D 데이터로 만드는 회사니까 저희 기술은 훌륭한 도구가 되는 셈이죠.

Q. 3차원 정밀 실내 지도를 만드는 로봇 M1의 작업도 더 수월해질 수 있겠네요.

맞아요. M1은 라이다 센서로 현장에서 바로 주변 지형지물의 포인트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실내 지도를 만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실사 이미지를 입히죠. 반면 저희는 찍힌 사진에서 포인트를 추출해서 입체화 시키는 기술이에요. 그래서 서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기술에도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Q. 자율주행과 3D 기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데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차량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아내고, 주변에 있는 장애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이 과정에서 3D 관련 기술이 사용될 수 있어요. 3차원 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위치를 추정하고, 앞차의 거리를 측정하여 빈공간을 찾고, 장애물의 속도를 파악하는 것 등이 모두 3D 이미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특히 복잡한 도심에서의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네이버랩스 입장에서는 좀 더 유용할 수 있죠.

Q. 네이버랩스에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분야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쪽이 아무래도 저희와는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입니다. 그동안 대부분 손으로 만들던 3D 그래픽들도 일부는 사진변환만으로 손색없이 대체가 되니까 이와 관련해서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에피폴라는 어떤 기업이 될까요?

사실 그동안 저희는 두 가지 고민을 반복해서 해왔어요. 하나는 기술 기업으로서 꼭 필요한 계속적인 연구개발, 다른 하나는 회사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당장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었죠. 다소 생소한 분야를 다루는 기술기업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웃음) 이제 네이버랩스에 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하고 싶었던 연구개발을 좀 더 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3D 이미지 변환 관련,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효율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