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 로봇의 두뇌를 클라우드로

스스로 동작하는 로봇의 두뇌를 본체 밖으로 꺼내는 기술

지난 CES 2019에서 우리가 5G를 활용한 로봇 기술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로봇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원격 조종’하는 시연을 떠올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도 멋진 기술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랩스가 퀄컴과 함께 시도한 것은 더 도전적인 과제인 ‘5G 브레인리스 로봇 (5G brainless robot)’입니다.

<네이버랩스-퀄컴 협업을 통해 CES 2019에서 선보인 5G 브레인리스 로봇 시연>

이 기술은 한마디로, 스스로 동작하는 로봇에서 두뇌에 해당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본체 밖으로 빼내는 것입니다. 생소한 것 같지만, 실은 SF 영화에서 종종 보았던 것입니다. 만약 영화 ‘어벤져스’에서 적의 모선이 파괴되자 사이보그인 치타우리 군단이 일시에 쓰러지는 장면을 보며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이미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에 대한 기본 이해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사이보그들이 헐크를 공격하거나 토르의 공격을 막는 세세한 판단들은 모두 모선에서 이루어져 무선 네트워크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 무선 네트워크는 최소한 5G 이상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기존 3G나 4G 통신 수준이었다면, 캡틴 아메리카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인식해 명령을 전달해도 피하기 전에 맥없이 맞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연시간(latency) 때문입니다.

5G의 초저지연 성능을 적용한 로봇 기술

지연시간이란 쉽게 말해 명령을 내리고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5G는 지연시간이 1㎳ (0.001초)에 불과한 초저지연(ultra-reliable and low latency communications)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주목하는 5G의 핵심 기술 중 하나죠.

그런데 이러한 5G의 초저지연 특성을 로봇의 제어주기에 대입하면 아주 흥미로운 시도가 가능해집니다. (제어주기란, 센서에서 수집한 신호를 처리해 모터로 명령을 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많은 휴머노이드형 로봇들이 100여개의 센서와 30여개의 모터로 구성되곤 하는데,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처리해 다시 모터로 명령을 주는 주기는 약 5ms정도 입니다. 그런데 5G 통신은 지연시간이 1ms이므로, 이 제어주기보다 짧습니다. 자세/운동 제어를 위한 고성능 컴퓨터를 로봇 자체가 아닌 외부에 달아 통신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즉, 5G로 연결된 MEC서버나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대신하는 브레인리스 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CES에서 네이버랩스의 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이 큰 주목을 받은 이유도, 초저지연 성능을 활용한 고성능 로봇 제어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론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5G는 여전히 도전할 영역이 더 많은 분야입니다. 특히 5G를 통한 로봇의 고정밀 제어는 신호와 프로세싱 데이터가 찰나에도 수없이 왕복하며 이루어지기 때문에 난이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네이버랩스-퀄컴 협업을 통해 CES 2019에서 선보인 5G 브레인리스 로봇 시연>

 

로봇팔 AMBIDEX의 폴밸런싱 (pole balancing) 시연을 보더라도,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있는 막대를 센서로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명령이 극히 짧은 주기로 5G 네트워크상에서 수없이 반복 전달됩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난이도는 차치하고, 과연 이 기술이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을 주게 될까요?

로봇의 두뇌를 외부에 두면 뭐가 좋을까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팀은 스스로 이동하거나 동작하며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로봇들은 대부분 본체에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비싸겠죠. 이 제작 비용을 줄이는 것이 로봇 대중화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로봇 플랫폼이 하나의 솔루션입니다. (매핑로봇 M1이 제작한 맵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실내 자율주행을 하는 네이버랩스의 AROUND 플랫폼 역시 같은 맥락에서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5G의 초저지연 성능을 활용하면, 프로세싱 파워가 많이 필요한 소뇌에 해당하는 영역까지 로봇과 분리를 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서버가 여러 로봇들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 하나하나마다 고성능 프로세서를 달지 않아도 됩니다. 제작비 뿐 아니라, 유지비도 절감됩니다. 클라우드로 다수의 로봇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하고, 새롭게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동시에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용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로봇의 전력 소모도 효율화 됩니다. 로봇의 메인컴퓨터는 배터리 소모량이 아주 많습니다. 마치 뇌 신경세포에서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하는 사람과도 비슷합니다. 자율주행 로봇이 메인컴퓨터에서 소모하는 에너지 비율은 40%까지도 올라갑니다. 즉, 고성능 프로세싱 파워를 외부로 빼내는 것만으로 배터리 소모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배터리 충전 주기는 서비스 로봇 사용 시나리오상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크기가 아주 작으면서도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한 로봇이 가능할까요? 과거엔 작은 로봇에는 작은 컴퓨터만 달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 한계였죠. 하지만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대신한다면, 로봇의 크기와 무관하게 지능이 아주 뛰어난 로봇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대중화를 위한 기술

네이버랩스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과 조응하며 정보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제공하는 생활환경지능 (ambient intelligence)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도 이를 위한 핵심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5G와 클라우드 기술은 서비스 로봇 대중화를 위한 중요한 해법이 됩니다.

앞서 CES 2019를 통해 네이버랩스와 퀄컴, 양사 엔지니어들이 자존심을 걸고 세계 최초의 5G 브레인리스 로봇 시연이라는 도전적인 과제를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MWC19에서는 KT, 인텔, 그리고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과 함께 5G 기반의 서비스 로봇 공동개발 협력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인텔이 제공하는 다양한 5G 솔루션을 활용해 함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KT의 5G 통신망과 엣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초저지연 환경 하에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림입니다. 또한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이 이 로봇들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각 사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나면, 또 한번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과거에 상상했던 것을 현재의 기술이 따라잡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합니다. 앞으로도 훌륭한 파트너들과의 열정적인 협력을 통해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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