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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Tech

로봇이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매일 수많은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로움에 도전하는 네이버 직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와 생각, 그리고 경험들을 직접 소개하는 네이버 연재 칼럼, [네피셜]에 소개된 네이버랩스 연수용님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사람과 로봇은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안녕하세요, 로봇을 위한 인지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는 네이버랩스 비전팀의 연수용입니다. 오늘은 인지연구실에서 SLAM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학생이었던 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네이버랩스에 오게 된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네이버랩스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풀어내볼까 합니다.

(왠지 모르게 농구가 하고 싶어져야 할 것 같은) SLAM은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의 약자인데요, 우리 말로는 ‘동시적 위치 인식 및 지도 작성’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위치 인식과 매핑을 한번에 같이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술에 대한 설명과 팀 소개에 앞서 영상 한편 먼저 보여드릴게요.

SLAM이라는 기술의 결과물은 이렇습니다! 아름답네요 :)

위 영상은 작년에 저희 팀에서 제작한 판교역/현대백화점 3차원 고정밀 지도입니다. 생김새가 일반적인 지도하고는 좀 다르죠. 로봇을 위한 지도이기 때문입니다. 로봇의 공간 인식을 위한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라고 할 수 있죠.

로봇을 위한 지도? 그게 왜 필요한데?

로봇이 실내를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중요합니다. 사람처럼 로봇도 위치와 길을 알아야 이동을 할 수 있거든요.

잠깐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 내비게이션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목적지까지 안내를 받으려면 두 가지 정보가 꼭 필요합니다. 뭔지 아시겠죠? 우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location)에 대한 정보, 그리고 목적지까지의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map)에 대한 정보입니다. GPS가 제공하는 위치와 내비게이션에 담긴 지도 정보로 우리는 매일 쉽게 길 안내를 받고 있습니다. 아! 아닙니다. 못 받는 곳도 있죠. 지하주차장이나 쇼핑몰같은 실내로 들어오면 GPS가 먹통이 됩니다.

그럼 도대체 GPS가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 로봇들은 어떻게 현재 위치와 경로를 파악해 이동을 하고 있는 걸까요? 공간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가는 길도 모른다면 애초에 움직일 수도 없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위치인식 기술과 이를 위한 지도 생성 기술입니다.

로봇이 이러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로봇에게도 지도가 필요한 건 알겠어. 그럼 어떻게 만들 거야?

로봇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로봇이 필요한 이유, 다른 로봇들을 위해 SLAM하는 M1

보통 타사의 대다수 로봇들은 위치 인식과 지도 문제를 고가의 LiDAR 센서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LiDAR는 레이저 펄스로 주위의 대상 물체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을 받아 거리 등을 측정하고 주변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인데요, 이것이 서비스 로봇 제작 단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네이버랩스는 로봇 개발 초기부터 조금 다른 아이디어를 냈어요. 모든 로봇에 고가의 LiDAR 센서를 다는 대신, ‘로봇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로봇’을 따로 개발하면 어떨까? 그 로봇이 만든 지도를 다른 로봇들이 사용하게 하면 로봇 제작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매핑로봇 M1입니다. 이 M1이 먼저 3차원 고정밀 지도를 만들어 다른 로봇들도 사용할 수 있게 클라우드에 올려주면, 여기에 접속한 다른 로봇들은 LiDAR 대신 camera와 같은 저가 센서만으로도 실내에서 정밀하게 위치를 추정하고 경로를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저희는 이걸 AROUND 플랫폼이라고 부릅니다.) 말하자면 M1은 로봇계의 고산자 김정호 선생님 같은 역할인 셈입니다.

이 로봇이 M1입니다. 네이버 최초의 로봇이죠. 실제로 저렇게 파란 불이 나오진 않아요 ^^

이때 M1이 지도를 만드는 기술이 바로 SLAM입니다. 네이버랩스에서 제작하는 다른 서비스 로봇과 달리 M1에게만은 예외적으로 고가의 LiDAR를 하사(?)하였습니다. SLAM은 위치 인식과 지도 작성을 동시에 한다는 의미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 ‘동시’라는 것이 사실 SLAM에 핵심이 되는 발상입니다. 위치를 안다는 것은 지도 상에 어디에 놓여있는지를 아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도 정보가 사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역으로 지도를 만들겠다고 파편화된 데이터만을 얻어봐야, 그 데이터가 각각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르면 또 헛일이 되고 맙니다. 이것이 로봇 분야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딜레마였는데, 그냥 같이 얻어버리면 되겠다는 SLAM이라는 방법론으로 해결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누적하며 위치도 같이 알아내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두 결과물이 함께 최적화가 되는 지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M1 역시 SLAM이라는 기술을 통해 처음 가보는 곳에서도 지도를 만들 수 있는 로봇이 된 것이고요

그럼 GPS가 안 통하는 실내에서 위치 인식은 어떻게 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지도 한 장 주고 나가는 길을 찾으라고 하면 어떨까요? 당장 지도도 보이지 않는데 문을 찾을 수 있을까요?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는 M1으로 해결한다 치고, 그럼 네이버랩스의 로봇은 자기 위치 인식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것도 제가 있는 비전팀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바로 VL(visual localization)이라는 기술입니다.

VL은 사진을 찍으면 그 이미지를 분석해 현재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이랑 비슷하죠. 우리도 간판이나 길의 모습을 보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을 쉽게 파악하곤 하니까요.

저희 팀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높은 수준의 VL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미 네이버랩스의 로봇들에 적용이 되어 있고요, 게다가 이 알고리즘을 스마트폰에 적용해 실내 AR 내비게이션이라는 멋진 기술도 선보인 적 있습니다. 실내에서 무용지물인 GPS를 대신하는 위치 인식 기술로 VL을 사용했는데, 아래 영상에서 보듯이 정확한 위치정보를 통해 안정적으로 콘텐츠가 증강됩니다.

아, 올해 팀의 자랑거리가 한 가지 더 생겼는데요. 저희가 실제 연구에서 사용 중인 데이터를 국내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며 참여할 수 있는 ‘매핑 & 로컬라이제이션 챌린지’를 열었습니다. 국내 학계에 양질의 최신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 분야에서 더욱 뛰어난 연구자들을 발굴하는 것이 취지였는데요, 아주 훌륭한 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한껏 고무된 상황입니다.

사람처럼 ‘보고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로봇의 눈을 연구하는 비전팀입니다

팀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저희 팀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위치나 공간 인식뿐 아니라, 인지 기술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로봇의 제어와 태스크 수행 사이에는, 여러 정보를 통해 환경과 상황을 파악하는 인지 기술이 필수입니다. 대상이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놓여 있는지, 지금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 지금 저희 팀은 로봇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인지 기술들을 하나하나씩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각 정보를 사용하는데 가장 많은 리소스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중에서 시각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7~80%에 해당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장의 사진에서도 추출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합니다.

도심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그 이미지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앞뒤로 펼쳐져 있는 건물들의 높이를 보며 도시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고, 신호등을 보며 차들의 움직임도 파악할 수 있죠. 옷차림으로 날씨나 계절을 알 수 있고, 길가의 상점들을 보면 현재의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에펠탑이 발견되면 파리라고 위치를 추정하다가,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모습을 발견하고 라스베가스라고 생각을 바꿀 수도 있겠네요.

많은 로봇 연구자들이 다양한 센서 정보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로봇 개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시각 분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도 멋진 로봇을 위한 비전 기술 연구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

로봇이 컵을 잡는 행동을 하려면 여러 물체 중 어떤 것이 컵인지 알아야 하고, 손잡이를 잡기 위해 어느 방향으로 손잡이가 향해 있는지도 알아야 하죠. 이러한 것들이 모두 Robot Perception 기술에 해당 합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로봇을 만들어가는 곳

이번엔 회사 자랑 좀 할게요. 네이버랩스라는 곳에 대해 궁금하신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 개발자분들을 만나게 된 적이 있었어요. 그 전에는 특정 로봇 분야의 사람만을 보다가, 로봇을 만들기 위해 모인 전 포지션의 사람들을 한 번에 만났던 것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아~ 저들의 일원이 되고 싶다! 나도 저기에 참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로봇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지 않아요. 설계부터 디자인, 가공, 조립, 전장부, 제어, 주행 및 인지까지 많은 분야의 엔지니어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들의 긴밀한 팀웍까지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네이버랩스는 대단한 회사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어요.

와서 보니 또 멋진 것이, 이렇게 모인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문화였어요. 회사라면 당연히 큰 방향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를 위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의 몫일 거에요. 이런 원칙이 아주 잘 지켜집니다. 각자 전문가들이 고민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다려주면, 결국 각자의 해결방안을 가지고 옵니다. 물론 힘들고 부담스럽기도 하죠. 고민하다가 셀프 혹사(?)하는 경우도 생기고.

뒷모습이 저에요.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 동료들입니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저를 감시하고 있네요.

그럼에도 각자의 전문성을 서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좋은 협업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불필요한 페이퍼워크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도 저에겐 큰 축복입니다.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로 소통하면서도 문제없이 일이 잘 진행이 되죠.

어느 기업이든 우수한 인재를 뽑고자 하지만, 최우선의 가치는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네이버랩스의 인재상은 self-motivated team player에요. 저희는 이 인재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데요, 각자 스스로 몰입하는 에너지를 양분 삼아 네이버랩스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조직의 미션 내에서 자신이 할 일을 직접 찾아서 진행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기대치가 높아요. 저도 늘 어렵지만, 멋진 일이죠.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싶고, 또한 자신의 열정으로 기술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자신 있게 지원해주세요.

만약 아직 지원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쌓으시더라도, 반드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계획대로 진행하며 다양한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거치길 권하고 싶어요. 그럼 언젠가 네이버랩스에서 함께할 때에도 일하는 분위기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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