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랩스는 어떻게 M1을 지도 로봇으로 만들었나

3D indoor mapping robot - M1

판사가 판결로, 기자가 기사로 말한다면 연구자는 자신이 만든 성과물을 통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한다. 네이버랩스 최초의 로봇 M1을 만든 Robotics팀은 최근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활발히 말을 건네고 있는 로봇 연구집단 중 하나다. 우선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DEVIEW 2016에서 3차원 실내 정밀 지도 제작 로봇인 'M1'을 선보였다. 자율 주행하는 로봇을 이용해 지금까지는 없었던 대규모 실내 공간 데이터를 만들고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올해 3월 서울모터쇼에서는 M1이 네이버 라이브러리를 돌며 실내 지도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모터쇼 행사장에서는 관람객들 앞에서 자율 주행 mapping 현장 시연을 하기도 했다. 5분 간격으로 하루 8시간의 시연 일정을 열흘 동안 소화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동안 연구원들이 M1 뒤를 따라붙으며 어느 공간에서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오류를 수정하고 문제점들을 개선해냈기에 가능했던 성과들이다.

M1이 세상에 나온 지도 8개월이 지났다. 어떤 시간은 그냥 흘러가버리지 않고 쌓인다. 이 로봇과 로봇을 만든 연구원들에게는 무엇이 쌓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 15일 Robotics 팀원들과 만났다.

Robotics 연구원들이 M1을 이용해 네이버 라이브러리 실내 지도를 만들기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Q. M1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놀라웠던 건 이 로봇을 두 달만에 만들었다는 것이었어요.

(Robotics) 네이버랩스의 첫 로봇을 어떤 콘셉트로 만들까를 놓고 상당히 오랜 기간 회의를 거쳤습니다. 세상에 어떤 로봇이 필요할지, 우리가 뭘 보여줘야 할지를 놓고 때로는 연구원들 사이에 격론이 오가기도 했죠. 그렇게 회사 차원의 결정을 하고 보니 지난해 DEVIEW까지 남은 기간이 두 달 정도였어요. 그래서 모든 팀원이 달라붙어서 정신없이 만들었죠.(웃음)

Q. 이 정도 로봇은 원래 두 달만에 만들곤 하나요?

(Robotics) 아뇨. 그렇게 쉬운 사양은 아니죠.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꽤 많은 부품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했거든요. Robotics팀이 보통의 로봇 연구실과는 다른, 좀 독특한 구성입니다. 재료 가공부터, 기구설계, 조립, 회로설계, 제어, AI까지 로봇 만드는 모든 파트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거든요. 두 달만에 로봇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 그래서 만드는 건 비교적 어렵지 않았는데 실제 필드에 나가서 최적화를 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Q.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Robotics) 로봇 연구자들에게는 익숙한 일들인데, 로봇이라는 게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벌어집니다. 개발 초기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오작동은 잘 되다가 갑자기 로봇이 안 움직이는 거죠. 한 번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에서 작업을 하는데 M1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참 원인을 찾아보니 구동 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선이 모터 사이에 살짝 집혀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M1이 좀 심하게 움직여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구조를 바꿨죠, 만드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문제-해결, 문제-해결의 연속이에요. 그러면서 좋은 로봇이 만들어지는 거죠.

Q.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더 소개한다면?

(Robotics) M1은 덩치가 좀 있어서 1.2kg 짜리 배터리 두 개를 씁니다. 밖에서 작업을 하는 로봇이다 보니 야외에서 배터리를 갈아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케이스를 벗겨낼 수가 없잖아요. 처음 버전에서는 이걸 생각을 못했는데, 나중에 바닥 부위에 있는 배터리를 원터치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를 바꿨어요. 터치 부위를 누르면 식당에서 음식 접시 서빙하듯 배터리가 부드럽게 사용자 앞으로 나옵니다. 이 과정을 고민한 덕분에 관련 특허도 하나 출원했죠.(웃음) 사소한 개선 사항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무선랜 감도가 잘 나오는 위치를 찾으려고 로봇 곳곳에 붙여본다던가, 아직 시험해보지 않은 센서들을 교체해가며 어떤 게 좋은 데이터를 뽑는지 비교해본다던가 하는 작업들을 통해 최적화된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보면 지금 하는 이야기들이 일종의 시행착오, 내지는 실수담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바로 솔직한 답변이 나오는 게 다소 이색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Robotics) 초기 M1의 콘셉트는 넓고 광활한 실내공간의 mapping을 하는 로봇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일단 거기에 집중해서 콘셉트에 적합한 로봇을 잘 만들었고, 그 뒤로는 다양한 필드 테스트(field test)를 통해 어디서나 실내 지도를 잘 만들 수 있는 로봇 쪽으로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위의 에피소드들은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죠. 원래 네이버랩스에서 선호하는 문제 해결 방식도 일단 일정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빠르게 완성도를 높이는 거예요. 변수와 난관은 어디나 있는 것이고 그걸 불필요하게 의식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죠.

연구원이 M1이 무선으로 보내온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M1이 초기에 다녔던 곳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서가들로 구성된 좁은 공간인데요. 그곳에서의 작업은 어땠나요?

(Robotics) 서울모터쇼 때 나갔던 영상을 네이버 라이브러리에서 촬영했었는데요, 처음에는 도서관의 특수한 공간 형태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로봇이 자율 주행 시 장애물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주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도서관의 경우 통로의 폭이 매우 좁고 책꽂이 부분에 요철이 있는 데다가 군데군데 책이 안 꽂힌 부분은 공간이 뚫려있어 기존의 자율 주행 알고리즘을 적용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M1으로 이처럼 특수한 형태의 공간에서의 테스트를 수행해보지 못했었거든요. 도서관 통로가 좁아서 발생했던 또 하나의 문제는 구조물 인식이 잘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M1이 3차원 실내 지도를 만들 때 사용하는 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는 최단 측정거리가 1m 정도이고 이보다 가까운 물체는 감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좁은 통로에서는 사각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고생을 좀 했지만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이 결국에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자율 주행으로 실내 지도를 잘 만들어냈죠.

Q. 처음 M1이 공개되고 로봇 관련 업계에서는 '의외로 깜짝 놀랄만한 최신 기술은 없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Robotics) 맞는 얘기입니다. M1에 적용된 기술들은 로봇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기술들이에요. 그러나 그건 별로 중요한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만들려고 한 것이지, 무슨 최신 로봇 기술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M1을 만든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Q. 그럼 기업에서 로봇을 만들 때는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할까요?

(Robotics) '무슨 목적으로 만드는 로봇인가'라는 물음에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첫 로봇을 무엇으로 할 건지 얘기하다가 결국 M1으로 결론이 모아졌던 이유도 거기에 있거든요. 목적과 취지가 뚜렷한 로봇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용자를 항상 고려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M1은 실내 공간 정밀 데이터화라는 취지에 맞는 기술들이 안정적으로 잘 조합된 실용성 높은 로봇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Q. M1 개발 과정에서 혹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Robotics) 로봇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이전에 대학 연구실 같은 곳에서 로봇을 만들 때는 거의 알맹이에만 신경을 썼어요. 반면 이번에는 초반부터 PDX 그룹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외형 디자인이 사실 로봇 설계에는 강력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는데 다 만들어놓고 보니 예쁘더라고요.(웃음) 결국 M1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영역 속으로 들어가야 하잖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디자인 덕분에 이 로봇이 더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M1은 어떻게 더 진화하게 될까요?

(Robotics) M1의 최종 목표는 어느 공간에 갖다 놔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알아서 돌아다니며 정밀한 3D 실내 지도를 만들어내는 로봇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반복적인 최적화를 통해 그 방향으로의 연구를 계속해갈 예정입니다.

mapping 로봇 M1의 네이버 라이브러리 실내 지도 제작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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